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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갈등을 줄이려면?

연극 <갈매기>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23/01/16 [16:08]

세대 갈등을 줄이려면?

연극 <갈매기>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3/01/16 [16:08]

아흔 살을 앞둔 원로배우 이순재가 평소 자신의 소망이었던 안톤 체호프의 작품을 연출하게 됐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희곡 <갈매기>의 연출을 맡았다.

연극을 전공한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공연을 올릴 정도로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는 작품이다.

다만, 등장인물의 이름이 어렵고, 내용이 쉽게 이해되는 작품은 아니다.

뜨레볼레프(정동화·권화운 분)는 호숫가에서 나나(진지희·김서안 분)를 주인공으로 한 연극을 선보인다.

유명배우인 엄마 아르까지나(소유진·이항나 분)는 뜨레볼레프가 기존과 다른 연극을 선보인 것에 대해 비웃는다.

엄마의 비웃음에 뜨레볼레프는 공연을 중단한다. 비록 지금은 시골에서 공연을 하는 신세지만, 나나는 언젠가 자기도 아르까지나처럼 유명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작가인 뜨리고린(오만석·권해성 분)에게 말한다.

한편, 뜨리고린은 뜨레볼레프가 갈매기를 사냥한 것을 보고, 갈매기처럼 자유로운 여자를 한 남자가 파멸시킨다는 내용의 새로운 소설을 구상한다.

2년 후, 뜨레볼레프는 소설가가 되었고, 나나는 뜨리고린의 아이를 낳았으나 아이는 죽었다. 결국 이 일로 두 사람은 헤어졌고, 나나는 잠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뜨레볼레프는 나나에게 고백하지만, 나나는 그의 고백을 거절하고, 결국 뜨레볼레프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기존의 것을 고수하는 기성세대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신세대의 충돌이다.

배우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엄마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아들을 비웃고 깔아뭉갠다. 그것도 여러 사람들 앞에서.

시대가 변하면, 형식도 변하기 마련이다. 꼭 그것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예전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키스신이 나오면 카메라가 다른 곳을 비췄지만, 이젠 대놓고 보여준다.

은유적으로 장작불을 보여줘야지 어떻게 대놓고 키스신을 보여주느냐며 노발대발하지 않는 것처럼, 아르까지나 역시 아들이 선보이는 연극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공연 도중 큰 소리로 웃으며 코미디 잘 봤다는 식으로 말하니 당연히 사이가 틀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기성세대가 볼 땐 새로운 것이 어색하고, 멋스러움이 덜해 보일 수 있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 오르고’ 식의 은유적 가사에 익숙한 세대가 듣기에, ‘우 우 우 우 오 우 우 우 우 Stay in the middle’ 같은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겠는 가사를 듣고 이게 노래인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알아들으니 이런 노래를 만들었겠지하고 넘어가면 되지, 이를 두고 “이게 노래냐? 외계어냐?”며 면박을 줄 필요는 없다.

어느 시대에나 세대가 변한다. 지금의 70대도 언젠간 10대 소년·소녀였던 적이 있고, 지금의 20대가 70대가 되면 그때의 노래 가사를 들으며 이게 무슨 소리인가 못 알아들을 수 있다.

그냥 세상이 변했구나, 요즘 세대는 이런 걸 즐기는구나 하고 인정하면 세대 갈등도 줄일 수 있지만, 기성세대가 자기의 기준을 강요하면 세대 간 갈등이 생기고, 싸움이 일어난다.

세대를 건너뛰어 25살의 진지희와 89세의 이순재가 한 무대에 서는 연극 <갈매기>는 내달 5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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